


Les cauchemars brisent les rêves.
(악몽은 꿈을 부숴버린다.)
쾌도전대 루팡렌쟈 vs 경찰전대 패트렌쟈 타카오 노엘 x 메이플스토리 루시드
그곳은 이상한 마을이었다.
남아있는 갱글러를 처리하고 자리를 벗어나려던 노엘은 갑작스럽게 현기증을 느끼곤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땐 마을처럼 보이는 곳에 누워있었다.
의식은 잃은 건 그렇다 쳐도, 왜 자신의 몸이 생전 가본 적도 없는 마을에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마을의 끝부분인 것 같은데,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마을이었다.
혹시 갱글러의 힘으로 인해 이세계로 끌려온 건가? 그렇다 하기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전파가 통하지 않는지 귀에 걸린 통신기에선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하는 수 없다는 듯 노엘은 걸음을 옮겨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Oh la la, 도대체 여긴 어디일까나.”
입구부터 화려하게 꾸며진 마을이었다.
밤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꺼지지 않은 채 화려하게 반짝였다. 축제라도 열린 건지 주민들 대부분이 가면을 쓴 채 돌아다녔다.
“아, 행복해.”
“여긴 최고야.”
대부분이 환하게 웃으면서 하나같이 행복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마치 연극에 나오는 대사를 읊조리는 것 같네.”
괴롭고 어색한 얼굴을 하면서 도대체 뭐가 행복하다고 읊조리는 걸까.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노엘의 팔을 붙잡고 골목길 안쪽으로 이끌었다. 얼떨결에 골목길 안쪽까지 끌려들어 간 노엘은 당황해하며 황급히 저를 붙잡은 손길을 뿌리쳤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상대방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바깥에서 온 겁니까?”
자세히 보니 흑사병 의사처럼 새 부리 같은 마스크를 쓴 누군가였다. 방독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가 노엘을 향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바깥에서 온 거 맞으시죠?”
“바깥?”
“보아하니 당신은 바깥에서 온 손님 같은데, 이곳에서 가면을 쓰지 않고 돌아다니면 위험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이해되지 않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노엘은 낯선 인기척에 그림자가 짙게 깔린 벽 안쪽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검은 무언가가 가면을 벗은 사람을 끌고 가는 장면이었다. 쫓아가려는 노엘을 붙잡은 방독면은 고개를 저었다.
“가시면 당신이 바깥에서 온 자라는 걸 들킬 겁니다.”
“하지만 저대로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소용없습니다, 저들은 곧 루시드로 인해 나비가 될 거니까요.”
“루시드?”
“이 꿈의 도시 레헬른을 만든 장본인이죠.”
자세한 것은 아지트에서 설명해줄 테니 따라오라며 몸을 돌렸다. 몇 번이고 망설이던 노엘은 하는 수 없이 방독면의 뒤를 따랐다. 그는 노엘에게 가면이 있으면 쓰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고, 노엘은 하는 수 없다는 듯 품에서 가면을 꺼내 썼다.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나비로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무사히 아지트로 온 방독면은 자리에 앉아 노엘에게 이곳에 관한 설명을 늘어놨다.
꿈의 도시 레헬른.
루시드라는 자의 지배하에 매일 축제가 벌어지는 도시였다. 도시라고 표현했으나 사실은 그녀가 만들어낸 꿈에 지나지 않았다. 도시 사람들 모두 루시드가 만들어낸 꿈이란 환각에 갇혀 끝없이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도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꿈의 감옥이군요?”
노엘의 중얼거림에 방독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가끔씩 이상을 눈치챈 사람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이곳이 루시드의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눈을 뜬 자들이라고 한다.
“눈을 뜬 자들…….”
“그리고 가끔씩 당신처럼 모종의 이유로 레헬른에 들어온 자들이 있지요.”
“그래서 바깥에서 온 거냐고 물어봤군요.”
“네, 눈을 뜬 자와 바깥에서 들어온 손님. 모두 루시드에게 있어 방해되는 존재들이죠.”
이들은 발견 즉시 루시드와 수하들에게 끊임없이 쫓기고 사냥당하고 있다고 한다. 잡히면 나비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고.
“마을 밖으로 나갈 수는 없는 겁니까?”
노엘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도시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면 도시를 둘러싼 안개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다시 돌아오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강으로 빠질 수도 없는 것이, 강에 빠지는 순간 모든 기력을 빼앗기고 육체가 분리되어 버린다고 한다. 이래저래 골치 아픈 상황에 노엘이 혀를 찼다.
“당신이 왜 이곳으로 오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개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개입.”
그렇다면 그 루시드라는 자가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걸까? 하지만 어째서?
그때, 오싹한 느낌이 든 노엘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클리너라고 불리는 검은 생물이 있었다.
“주인님께서 당신을 찾으신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야가 어두워졌다.
시야가 다시 밝아졌을 땐 마을이 아닌 어느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검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자신.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간드러진 웃음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분홍색의 단발머리에 실크 모자와 고스로리풍 축제 의상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그녀의 귀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뾰족했다. 마치 엘프를 보는 듯한 외형에 노엘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
“꿈의 도시 레헬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녀가 두 손을 펼쳐 자신을 소개했다.
“제 이름은 루시드라고 합니다. 손님의 이름은?”
“타카오 노엘.”
“환영합니다, 노엘. 이 레헬른에 귀한 손님이 방문하셨네요.”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 너야?”
노엘의 물음에 루시드는 옅은 미소를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긍정의 의미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마드므아젤.”
“당신은 헤어나올 수 없는 꿈에서 발버둥쳐 본 적이 있나요? 꿈이란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그 무력감을, 느껴보셨나요?”
“경찰 체인지!”
더는 듣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X 체인저를 꺼내 돌렸으나 변신이 되지 않았다. 당황한 노엘이 다른 방향으로 체인저를 돌렸으나 마찬가지로 변신이 되지 않았다.
“소용없습니다, 이곳은 꿈의 세계.”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뤄진다고 말하며 노엘에게 가까이 다가온 루시드는 노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머? 당신은…….”
노엘에게서 무언가를 확인한 루시드는 이내 눈을 살짝 접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나랑 닮았네요.”
닮아? 내가?
당황한 노엘에게 가까이 다가간 루시드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노엘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녀가 저에게 말을 걸수록 머릿속이 몽롱해지며 의식이 흐려졌다. 그와 동시에 꿈을 통해 노엘의 기억을 읽은 루시드의 얼굴에 환희가 차올랐다.
“나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당신은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행동하고 있으니까요.”
“소중한 사람…….”
“안타깝게도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럴 리 없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음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무슨 수를 쓴 건지 몸이 점점 마비되고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노엘은 피가 흐를 정도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간신히 정신을 유지했다.
“제가 이곳을 만든 것도 소중한 그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며 웃던 루시드가 노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부터 나비가 나타나 노엘의 주변을 맴돌았다. 나비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노엘의 의식이 급격하게 흐려졌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무의식이 당신을 이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만든 거예요. 소중한 사람을 위해 행동한다는 점이 소름 끼치도록 닮지 않았나요?”
“…….”
“저랑 닮아서 흥미가 가긴 하지만, 저의 ‘악몽’이 될 수도 있는 당신을 가만히 둘 수는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부디 꿈속에서라도 소중한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시길.”
달콤한 꿈에 갇혀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건 진짜가 아니잖아.’
단순한 꿈에 지나지 않는데 어떻게 행복할까.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고 한들, 꿈에 갇혀 현실을 망각 당해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것이 어떻게 행복하다 볼 수 있겠는가.
꿈이라는 감옥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으나 나비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났다.
이곳에서 나가서 한시라도 빨리 컬렉션을 모두 모아 그를 되살려야 하는데.
이렇게 무력하게 꿈속에 갇힐 수는 없는데.
“나는 아직 그 사람을…….”
온몸을 감싼 나비들로 인해 노엘의 의식이 꿈속으로 끌려들어 가려는 찰나.
“그만두시죠.”
낮게 깔린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노엘의 주변을 맴돌던 나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퍼뜩 정신을 차린 노엘이 황급히 루시드에게서 멀어졌다.
도대체 뭐야? 갑작스러운 불청객에 등장에 루시드가 표정을 굳히며 어딘가를 쳐다봤다. 노엘 역시 루시드가 보고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독면?”
서 있는 자는 흑사병 의사 마스크를 착용한 방독면이었다. 그러나 아까 자신과 대화를 나누던 자와는 분위기나 목소리, 외형 등 모든 것이 달랐다. 방독면을 불쾌한 눈으로 쳐다보던 루시드는 무언가를 깨닫고는 눈을 크게 떴다.
“하핫, 그런 건가요?”
노엘과 방독면을 번갈아 쳐다보던 루시드가 주변이 떠나가라 웃더니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당신은 노엘의 악몽이었군요.”
나의 악몽?
“오랜만에 재미있는 손님을 만나서 기뻤는데, 하는 수 없이 여기서 물러나야겠네요.”
하지만 또다시 자신의 꿈 안으로 흘러들어온다면 그땐 반드시 놓치지 않을 거라고 말한 루시드는 그 자리에서 나비가 되어 사라졌다. 분홍색으로 반짝이는 나비가 여기저기 흩어져 사라지는 가운데, 정신을 차린 노엘은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앞에는 여전히 방독면이 서 있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이길래 자신을 도와준 걸까. 게다가 루시드가 말한 ‘나의 악몽’이라니 그건 대체 무슨 뜻일까.
밀려오는 의문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방독면만 빤히 쳐다봤다. 자신을 쳐다보는 노엘의 시선을 느낀 그가 말없이 쓰고 있던 방독면을 벗었다. 방독면을 벗은 그의 맨 얼굴을 확인한 노엘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당신은…….”
* * *
“노엘, 정신 차려! 노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동시에 눈을 뜬 노엘이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누워있는 곳은 국제경찰과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이었으며, 주변에는 패트레인져 세 사람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케이이치로 군, 사쿠야 군, 츠카사 씨…….”
어떻게 된 거냐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노엘은 밀려오는 아픔에 제 뺨을 쓸었다. 어디에 쓸린 건지 뺨에는 작은 생채기와 함께 피가 흘러내렸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거야?”
“갑자기 쓰러졌어.”
갱글러를 쓰러뜨리고 난 직후에 바로 쓰러졌다며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병원으로 옮기기는 했는데, 원인을 모를 의식불명이라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알아?”
“나를…… 걱정했어?”
“당연한 소리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마라!”
케이이치로가 호통을 치자 노엘이 놀라는 척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너희는 사람이 너무 좋다니까.”
세 사람은 노엘이 돌아온 것에 대해 안심하며 다시는 걱정 끼치지 말라는 말을 내뱉고는 그를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홀로 병실에 남아 레헬른에서 일어났던 일을 찬찬히 되짚던 노엘은 순간 누군가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 그러고 보니 또 한 사람이 있었지.
루시드에게서 자신을 도와주고 꿈에서 깨어나게 한 악몽.
“나의 악몽은 역시 당신이었네요.”
아르센.
당신은 나를 깨우치게 하려고 일부러 내 앞에 나타난 거군요.
꿈이란 달콤한 감옥에서 벗어나게 할 ‘악몽’으로서 나타난 아르센의 얼굴을 떠올린 노엘은 헛웃음을 지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온갖 감정이 교차한 탓에 그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