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면라이더 류우키 키도 신지&류우가 X 엘소드 라비&니샤(3라인)
※ 가면라이더 류우키 극장판 스포일러 및 엘소드 캐릭터 '라비'의 비밀설정이 포함된 글입니다. 읽을 때 주의해주세요!
도망가는 미러 몬스터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왔다가, 미러 몬스터도 잃고 길도 잃어버린 한 라이더가 있었다.
신지가 처음 와 본 길인데다, 거기서 거기인 듯한 풍경이 펼쳐져있다보니, 아까 왔던 길인지 새로운 길인지 전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대체 어디로 간거야...... 사람들을 또 습격하기 전에 잡아야 되는데, 이런데로 와버렸어.."
그렇게 헤매고 헤매다 신지는 골목길의 끝에 다다랐다. 골목길의 끝에서 본 것은 어둡고 어두운 숲이었다.
미러월드는 현실 세계를 비추는 곳, 그러나 그 숲은 현실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숲이었다.
"하하, 설마 여기로 들어갔을까...? 아니, 골목길 끝은 여기 밖에 없는거 같은데....."
신지는 이런저런 생각을 털어버리고, 미러 몬스터를 찾아 어두운 숲으로 들어갔다.
~
자신을 찾아나서기 위해 검은 숲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 라비였다. 그러나 숲 바깥의 세계는 라비가 생각했던 것보다 즐겁고 신나는 것만은 아니었다.
상처를 입어도 빠르게 회복되는 라비와는 달리, 숲 밖의 사람들은 부상을 입으면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렸다.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서로 싸우고 죽이는, 강자만이 살아남는 그런 곳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숲에서 나와 처음 만난 사람인 선생님마저 폭풍 속에서 헤어져버려서, 라비는 더욱 기댈 곳이 없어졌다.
숲 밖의 사람들과의 괴리감과, 이러한 상황에 겁을 먹은 라비는 숲 밖으로 나온 것을 후회했다.
"니샤, 숲 밖의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어...... 돌아가고 싶어. 너무 무서워."
라비는 자신의 주위에 떠도는 거울을 끌어안았다. 그런 라비의 말에 반응했는지, 거울에서 검은 기운이 솟아올라 라비를 감쌌다. 마치 라비를 지키겠다는 듯이.
- 라비, 나의 친구. 너는 내가 지켜줄게. 이 무섭고 어두운 세상에서 널 지키는 건 나야. -
라비는 거울을 꼭 껴안았다. 라비가 의지할 수 있는 것, 라비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라비의 편은 니샤뿐이었다. 라비는 조심스럽게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 때, 대나무 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잔뜩 겁을 먹었지만, 라비는 거울을 내세워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누, 누구야? 다가오지마..!"
대나무 숲에서 나온 것은 다름아닌 갈색 머리를 하고 펑퍼짐한 하늘색 외투를 입은 청년이었다.
"앗, 놀라게 해서 미안... 저기 미안한데, 여기가 어디야...?"
~
자신을 키도 신지라고 소개한 청년은, 라비를 겨우 진정시킨 뒤에야 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골목길...이라는 곳의 끝에, 숲이 있어서 그쪽으로 들어왔다고..?"
"응, 숲을 헤치고 나왔더니 여기에 와 있었다니까!"
"하지만 여기는 다 대나무 숲인걸...? 골목길이라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 때, 라비의 옆에 떠다니던 거울에서 웅웅 소리가 났다. 거울은 라비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라비 주위를 뱅뱅 돌았다.
"그렇구나... 니샤가 말해주는 거니까 믿을게..."
"니샤? 그 거울을 말하는 거야?"
"니샤는 내 친구... 나를 지켜주는 친구야."
"신기하다, 둥둥 떠다니는 거울이라니."
"가끔은 거울에 라비 같은 니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해."
라비는 다시 거울을 꼬옥 안았다.
"거울에는 아무것도 안 비치는걸...?"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이-렇게..."
라비는 신지에게 거울을 들어 이리저리 기울여 보여주었다. 신지는 갸우뚱하며 라비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기울이다보면 잠시 거울에 신지를 닮은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라비, 아저씨한테 궁금한게 있어."
"응?"
"아저씨가 있던 세계는 행복한 세계야? 사람들끼리 싸우지 않고, 서로서로 도와주는.."
"아, 그게..."
신지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그렇구나, 그 곳도 사람들이.."
"아니, 그러니까... 갑자기 물어봐서 뭐라고 답할지 몰라서..."
"......"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싸웠어. 자기의 소원을 걸고."
"그렇다면 아저씨도 싸우는거야?"
"응, 하지만 나는 싸움을 멈추려고 싸우는거야."
"싸움을 멈추려고 싸움을 해...?"
신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싸움을 멈추고, 사람들도 살릴거야. "
"사람들을 살리려고 싸우는구나... 라비도 사람들을 도우고 싶어. 하지만..."
라비는 뭔가 말하려다가 추욱, 어깨를 내렸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하늘은 신지의 세계에선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달을 띄워, 그들이 슬슬 자야할 때라는 것을 알렸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고요히 잠들었을 때, 고이 떠놓은 물에 달이 떠오를 때 즈음.
그 누구도 비치지 않았던 라비의 거울 위로, 누군가의 형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창에서도 누군가의 형상이 떠오르더니, 창을 나와 라비의 거울을 집어들었다.
"너."
신지의 형상을 한 남자는 거울 표면을 바라보았다. 표면에는 신지의 모습이 아닌, 라비를 닮은 누군가가 거울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러월드의 존재가 아니군."
"미러월드... 아, 너를 닮은 자가 얘기했던 거울 너머의 세상?"
"신지, 대체 어디까지 얘기한거야."
남자는 잠들어있는 신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한테서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져. 넌 대체 뭐야?"
거울에서 소리가 웅웅거렸다.
"나는 미러월드에서 온 라이더, 류우가다."
"확실히 이 세계나, 저 사람과 같은 세계의 존재는 아니었구나."
"그러는 너도 평범한 존재는 아닌거 같은데, 니샤라고 했나."
거울 속에서 피식, 웃음 소리가 들리더니, 아까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라비를 해칠 생각이라면 그만 둬."
"아, 저 아이 말인가?"
류우가는 피식, 웃으며 라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은 우리의 배틀엔 관계 없는 녀석이잖아? 관심 없어."
"무슨 생각이야?"
"내가 원하는 건 신지 뿐이야. 신지와 함께 이 라이더 배틀에서 이기는 것."
"무슨 소리야?"
"나와 신지가 하나가 되어, 이 배틀에서 이기는 거지. 나는 곧 신지고, 신지는 나니까."
"너... 진심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너와 난, 쟤들이 죽으면 사라진다는 걸."
"......"
"나와 신지가 살려면, 어쩔 수 없잖아?"
류우가의 말에 거울이 움찔했다.
"넌 저 아이를 지키고 싶다고 했지."
"......"
"저 아이를 네 힘으로 지키고 싶다면, 나처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 아, 슬슬 돌아가봐야겠군."
"난 더 이상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라비는 내가 지켜. 실체가 없는 너한테서도."
"같은 처지인 사람한테 들으니 새로운걸. 그럼."
류우가는 근처의 유리창으로 사라졌다. 그들만은 모르는, 심오한 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깊었다.





